부부갈등

부부갈등 : 서로 사랑해서 한 결혼, 왜 이리 되어버렸을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때까지 같이 서로 사랑하면서 살기로 약속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는 어쩌면 너무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그 사랑에만 의존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서로가 사랑한다고 해도 결혼은 현실이며 서로의 협조와 노력이 없으면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부부상담을 하러 온다. 하지만 모든 케이스에 있어 한가지 공통적인 문제는 두 사람 모두가 관계 속에서 피해자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남편이 이러이러 할때는 정말 미워요.” 그러면 남편은 “당신만 그런줄 알아? 나도 당신이 저러저러 할때는 진절머리가 나.” 그러면 부인은 “내가 이러이러할때는 당신이 저러저러했기 때문이에요.”라고 반박한다. 그러면 남편도 뒤질세라 “당신이 저러저러만 하지 않으면 나도 그런 말/행동을 하지도 않아”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곧 이러이러 때문에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저러저러하게 되는지 아니면 저러저러 하기 때문에 이러이러하게 되는지에 대한 언쟁이 오고가고, 서로가 상대방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누가 진정한 피해자인지 판명해 달라는 눈빛으로 치료사를 쳐다본다.

어쩌다 이 부부들은 가해자 없는 피해자들로 전락해 버렸을까? 많은 경우 위기의 부부들을 보면 상대방으로 부터 받은 상처가 너무 아파 그 상처만 생각하지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배우자들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니면,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을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상대방으로 부터 받은 상처에 비하면 자신이 주는 상처는 너무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잘 들지조차 않고 자신이 주는 상처는 상대방의 상처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정당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갈등 없이 사는 부부는 아무도 없다. 아무리 행복하게 지내는것처럼 보이는 부부라도 살다보면 여러번의 위기를 맞기 마련이다. 부부가 이런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이혼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오래 지속하는 부부들을 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편과 부인 모두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갈등이 생겼을때는 그것을 외면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하고, 자신이 잘못한 말과 행동에 대해 사과할 수 있고, 또, 배우자로부터 사과의 말을 들으면 용서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안해야 되는 것을 하기도 하고, 알면서 또 모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임을 받아들이고, 갈등이 생겼을때 상대방을 비난하는 마음을 한켠으로 밀어놓고 아주 작지만 그래도 자신이 이 갈등에 기여한 부분은 없는지 한번만 자문할 수 있다면 그 결혼생활은 희망이 있다. 만약 당신이 혹은 배우자가 친밀하고 의미있는 관계를 맺는 방법을 서로에게서 배우려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오는 수치심을 극복할 수 없어서 계속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면 당신과 배우자 모두를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정신건강 칼럼은 중앙일보(미주판) 게재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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