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치명적인 질병

우울증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얼마전 지하철에서 You’d never say “It’s just cancer, get over it” so why do some say that about depression?이라는 문구를 읽었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바로잡고자 하는 www.depressionisreal.org의 광고였는데, 문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암 환자에게는 그까짓것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라는 말을 하지 않는데 왜 우울증 환자에게는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암과 우울증을 비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울증은 암처럼 다양한 이유로 생길 수 있는 질병이고, 암처럼 모든 심신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고, 사람을 죽음으로 이를 수 있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또한 우울증은 암처럼 힘들긴 하지만 치유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
우울증의 일반적인 증상들로는 우울한 기분, 삶에 대한 흥미 감소, 불면 혹은 과수면, 피로감, 무가치함, 자책, 사고-주의집중력 감퇴 등이 있다.

살면서 이런 느낌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하겠지만, 이런 기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우울증과 일반적인 우울감을 구분하는 척도가 된다.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때에따라 우울감을 느끼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 오뚜기 처럼 밝은 모습을 찾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늪에 빠진 것처럼 이런 부정적인 정서로 계속해서 딸려 들어가고, 스스로 헤어나올 수 가 없는 것이다.

5년째 대학을 휴학하고 있는 T는 삶의 의욕이 별로 없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안되고, 뭘 하려고 해도 잘할것 같지 않고, 노력해서 잘 못할바에 그냥 안하고 말지 하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러가 버렸다. 별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도 않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늘 방에서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뗴우고 있다. 그러니 T를 보는 가족들이나 주변의 시선이 고울리가 없다. 비판적인 아버지는 T가 게으르다고 늘 야단을 치고, 부모가 다 해주니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비난과 폭언을 퍼부어 대면 반감이 들긴 하지만 아버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T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비판보다 더한 자책으로 자신을 더 비참하고 구제불능인 인간으로 만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즉,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T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한심하고 이런 자신이 수치스럽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나와야 할지를 몰랐다. 또, 나온다고 해도 뭔가 뾰족한 방법이 있을것 같지 않고, 노력해서 실패를 하면 자신과 가족들의 실망이 너무 클것 같으니 그냥 노력하지 않고 지금처럼 살아가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자신과 가족들이 실망을 많이 했는데 더 심한 실망을 안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T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이렇게 세월을 허비했으니 한번 하면 과거를 다 보상할 만큼,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큼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크게 작용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T와 가족들은 T가 단순히 게으르거나 배가 불러서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과 자기비하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따라서 지금 T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질타가 아니라 T의 상태를 이해하고, T가 너무 심한 부담을 가지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관심과 지지라는 것을 알았다. 혹시 주변에 게으르고, 무기력 한 상태가 지나치게 오래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혹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만 하다.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방치했을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신건강 칼럼은 중앙일보(미주판) 게재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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