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

아름다운 그녀에게 무슨일이…

 배우지망생인 J씨는 오랜 기간동안 섭식장애를 앓고 있었다. 워낙에 외모를 중시하는 분야에 있다보니 몸매관리를 특히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매일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해서 몸무게를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하지만 몇년 전에 음식을 많이 먹고나서는 그 음식들이 살로갈까 두려워서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낸 경험을 한 이후로 점점 더 자주 이런일이 일어나고, 심할때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폭식과 게워냄의 반복을 하는 자신을 보고 뭔가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치료실을 찾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외모가 출중했던 J는 모든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었던 J씨의 부모에게는 이렇게 아름다운 딸이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였고,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던 자신들의 삶에 딸을 통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 다는 것이 큰 만족감과 보상을 주었다. 그러니 딸을 있는 그래도 사랑해 주고 정서적인 면을 보듬어 주기보다는 딸의 외모에만 지나치게 집착을 한 것이다.

J는 부모와 주변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의 외모에 관한것이지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는 J에게 남들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면 다 도망가 버릴 거라는 불안을 느끼게 했다. 또한 J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항상 친구와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는 남들이 J에게 잘난척 한다고 비난을 하고, 문제가 생겨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려고 하면 “너는 예쁜데 무슨 고민이 있니?”라는 얘기를 듣기 마련이라 속을 터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친구도 없었다.

치료를 진행하면서 J의 섭식장애에는 여러 의미가 있음이 밝혀 졌다. 첫번째는 아무거나 막 먹어서 자신의 완벽한 몸매를 망가뜨리는 것은 남들의 시기심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해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이었고, 동시에 자신의 외모만을 찬양하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이런 방법이 비합리적이라 해도, 상처를 많이 입은 사람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J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을 일이다. 두번째. J의 폭식증은 또 다른 의미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대게의 경우 J의 폭식증은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일을 경험한 후에 일어났는데, 어려서부터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보듬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정서든지 J에게는 큰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이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 포만감을 느끼고 그 포만감으로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려 한 것이다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들은 마음의 허전함을 배고픔으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또 이런 포만감 이후에 오는 졸음과 잠으로 도피하면서 상처를 느끼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폭식을 하고 난 후 게워내는 행동은 마치 자신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우월감과 전능감도 느끼게 해 주었던 것이다.

똑같은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증상을 발전시킨 이유는 다 다르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왜 자신이 이런 증상을 발전시키게 되었는지 원인을 밝혀내야지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가 있다. 끊임없이 살과의 전쟁을 하고 운동과 각종 다이어트 보조식품을 써도 실패를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혹시 심리적인 요인이 있지 않은지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정신건강 칼럼은 중앙일보(미주판) 게재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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