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적 자기애

병리적 자기애 : 늘 나는 옳고 너희는 다 틀렸어.

 우리는 흔히 자기중심적이고 잘난척 하는 사람을 빗대어 자기애적(narcissistic)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신병리에서 말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아주 심각한 질병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재능이나 업적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다보니, 모든 이야기의 화제는 자기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늘 관객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그들이 자신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조그만 비판에도 심한 분노를 보이고 자신의 잘못이 지적되는 것에 대해 심한 수치심과 굴욕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또 주변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옳고 그름을 항상 구분하고, 자신이 옳은 자가 되기 위해 주변사람들을 끊임없이 그른 사람으로 몰아간다. 물론 이 사람들이 이토록 자신의 완벽함과 우월함을 지켜내려는 노력 이면에는 상처받고 수치심으로 가득한 자가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결코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수치심과 나쁨을 남들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이들과 관계가 없는 주변사람들은 이 관계가 맘에 들지 않으면 떠나면 되지만 배우자나 그들의 자식들은 관계를 떠나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이들이 투사하는 나쁨, 사악함, 비도덕, 수치심 등을 내면화하게 된다. 따라서 정작 원인제공자인 사람은 치료실에 오지 않고, 그들의 배우자, 자식들이 여러가지 문제로 심리치료실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한 10여년 전쯤,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학생 아들이 부모를 살해 방화한 사건이 있었다. 천하의 패륜아로 비쳐진 그 아들을 상담했던 심리치료사가 썼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그렇게 힘들었나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극도로 자기애적이고 자신들은 완벽하다고 믿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그 아들이 얼마나 수치심과 열등감으로 고통을 받았는지, 자신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늘 경멸과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부모를 대하면서 어떻게 증오와 복수심을 키워나갔는지, 그래서 인륜을 저버리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치료자에 따르면 그 아들이 부모에게 간절히 듣고싶었던 말이 바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이 부모도 자신들이 옳기 위해서 항상 다른 사람이 틀려야 했고 그 역할을 계속해서 아들이 떠맡게 된 것이었다. 만약 그 부모가 자신들의 태도가 아이에게 얼마나 심한 상처를 주는지 자각하고 용서를 구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누구도 100% 옳거나 100% 그를 수는 없다. 만약 당신이 늘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신이 늘 옳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악으로 몰아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심리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당신이 선이 되기위해 악이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신건강 칼럼은 중앙일보(미주판) 게재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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