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소리의 파괴력 2
잔소리의 파괴력 2: 자식을 낙오자로 만드는 부모
A씨의 어머니는 결벽증이 있었고 청소하는 것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A씨는 화장실 청소 담당이었는데, 아무리 A씨가 깨끗하게 청소하려고 해도 결벽증이었던 어머니의 기준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어머니는 한번도 A씨에게 수고했다, 잘했다라는 칭찬을 해주지 않고 늘 이것이 잘못됐다, 저것이 잘못됐다 지적하셨고, 청소 확인 검사를 수차례 맡고 어머니가 지적하는 대로 다 했지만 어머니는 만족하지 못했다. “늘 하는 일인데 왜 한번도 제대로 못하니? 도대체 너는 뭐가 잘못된거야?” 이런 메세지를 대학갈때까지 늘 듣고 살았던 것이다.
이런 잔소리가 A씨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A씨는 과제를 완수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끝에가서는 흐지부지 마무리를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곤 한다. 자꾸 미루다 보니까 다시 그 일을 직면하고 끝내는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그 일을 생각할때마다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심하기 들어, 이제는 그게 괴로워 또 그 일을 직면할 용기가 안나는 것이다. 또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데 뭐. 지금까지도 마무리 못한 일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 내가 왜 이 일은 끝내야 돼? 그런다고 달라질게 뭐가 있담?”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면 더이상 자책감은 들지 않고 일을 마무리 하지 않는 다는 게 하나의 선택처럼 느껴져 일종의 우월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된다. 이는 늘 비난받아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었을때 그 반대로 이를 보상하기 위해 과대적인 자기를 만들어내는 것의 결과이다.
A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잔소리가 아이에게 이렇게 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로 천냥빛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는 반면 “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힐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우리가 하는 말이 중요하고 그것이 상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뭘 잘못했을때 누군가 계속해서 내 잘못을 물고 늘어지고 과거의 것까지 들춰내어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내가 뭔가 잘못했을때 그냥 누군가가 비난하지 않고 그냥 그 상황을 상기시켜준다면 그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나에게 잘듣는 방법은 남에게도 잘듣는 법이다. 모름지기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는 메세지는 간단 명료하고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메세지다. 잔소리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혼란시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하는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것을 주시하자. 잔소리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본 정신건강 칼럼은 중앙일보(미주판)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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